희망을 품으며 희망을 경계한다.

record my mind | 2010/02/24 13:45 | 행복한 자유인

'희망'처럼 상투적인 단어도 없지만 '희망'이란 말처럼 꿈을 꾸게 하는 단어도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희망을 자주 말하는 걸 경계한다. 희망없는 세상에서 희망은 너무나 쉽게 나오는 말이기 때문이다. 희망이란 말을 하면서 자신의 희망을 타인으로부터 취하려는 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희망이 같아지려면 꽤 오랜시간을 대화하고 소통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희망을 품는다. 조심스럽게, 급하지 않게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너에게, 나에게 몇 번이고 묻는다. 희망이 무엇인지, 품어도 되는 희망인지. 급하게 품는 희망은 희망이 아니다. 경박하게 품는 희망 역시 희망이 아니다. 희망은 기다림이다. 흐르는 시간을 지켜봐야만 하고 그 시간 속에서 조금이라도 변해가려는 의지가 전보다 확고해져야 한다.

 

지금 당장 불만이라고 해서 희망을 품거나 희망이 금새 오지 않는다 해서 버리는 희망은 '희망'이 아니다. 어쩌면 여러 차례의 기회라고 생각되는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될 즈음, 어쩌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즈음, 꺽인 허리를 펴고 기력없는 다리를 움직일 즈음 희망은 생겨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희망을 품는 게 아니라 희망이 나를 품어 일으키는 지도 모르겠다.

 

 

무겁게 매달린 귤들이 모두 떨어져도 절대 먹지 않고 그대로 버린다는 지인(人)의 소위 '부자 귤나무'. 앞에 싱그럽게 매달린 과실을 보면서도 먹지 않아야 하고, 바닥에 떨어져도 아까워하지 않고 버려야 하는 나름의 규칙은 기다림과 인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모든 귤들이 떨어지고 버려진 후에 다시 열매 맺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1. RedFox 2010/02/27 23:40 답글수정삭제

    왜 안먹고 버리나요? 무슨 문화적인 배경이 있는건가요?

    • 행복한 자유인 2010/02/28 00:12 수정삭제

      글쎄요. 자세히 들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복(또는 재물운)을 가져다 주는 걸 사사로이 먹을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설명해 준 사람도 그 이상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던 터라...

      개인적으로 이리저리 이유를 찾아봤지만 쉽지가 않더군요.^^;

    • RedFox 2010/02/28 06:11 수정삭제

      한국문화권에서 과실나무의 과일을 야박하게 모두 따내지 않고 '까치밥'을 남겨둬서 겨우내 새들이 쪼아먹게 내버려두는 '여유'를 보였던 것처럼

      중국문화권에서는 이 금귤나무의 열매를 그대로 건드리지도 않는 것으로 각박함속의 어떤 부유함, 여유로움을 추구했던 것 같군요...

      우리집 아이는 계란후라이를 밥에 얹어주면 그걸 밥을 다 먹도록 손도 안대고 안먹어요. 그래서 "후라이 싫어?" 하고 물으면 - 좋은거라 아끼는거라며 노리지 말라고 손으로 싹 가려요 남이 채갈까봐 하하하.

    • 행복한 자유인 2010/02/28 08:42 수정삭제

      '까치밥'의 느낌과 비슷하기도 한 것 같네요.

      귀여운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어릴 적에 그랬던 것 같아요. 맛있는 걸 맨 마지막에 먹는 것...

      그런 제게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해줬죠. 맛있는 걸 먼저 먹지 않으면 나중에 배가 불러 먹지도 못할 뿐더러 배가 부르면 맛있는 것도 맛을 느끼지 못하니 맛있는 걸 먼저 먹으라구요.^^

  2. 깨미 2010/03/01 11:35 답글수정삭제

    희망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더 노래하는 오늘 우리,
    희망이 나를 불러세우는 날,

    그 날을 그려본다

    • 행복한 자유인 2010/03/01 20:21 수정삭제

      희망이 나를 불러 세우는 날.
      내가 희망을 불러 세우는 날.

      더디게 돌아왔지만 급하게 가지 않았으면.
      힘겹게 마주했지만 급하게 품어 안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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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in a frame | 2010/02/22 10:35 | 행복한 자유인

 

마음의 크기와 같다면,

품어 안을 수 있는 넓이와 같다면,

큰 일렁임 없이 고요할 수만 있다면,

오랜 세월을 여여하게 지켜낼 수만 있다면,

세상을 그대로 투영해 낼 수 있다면,

하늘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저 묵묵히 흘러갈 수만 있다면,

주변을 촉촉하게 적실 수만 있다면,

깊은 색깔을 가질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태그 : 호수
  1. 후박나무 2010/02/22 15:31 답글수정삭제

    하늘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저 묵묵히 흘러갈 수만 있다면..........
    특히 와닿는 구절이네욤(_ _)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 RedFox 2010/02/27 23:41 답글수정삭제

    호수 이름이 뭔가요? (뭐든지 이름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1인. :)

    • 행복한 자유인 2010/02/28 00:31 수정삭제

      남호(南湖)(면적이 7.6396제곱킬로미터)라고 하더군요. 이건 호수가 호수같지 않고 바다같은 느낌입니다. 근데 이보다 더 큰 호수-동호(东湖)가 또 있습니다.(면적이 30제곱킬로미터, 최고 깊이 4.66미터, 평균 깊이 2.48미터, 용적은 1억 입방미터):)

    • RedFox 2010/02/28 06:07 수정삭제

      절강성에 있는 남호인가요? 동호, 서호, 남호 이렇게 있지요? 항주에 서호가 있었던것 같은데. 서호는 본것 같아요... 거기가...대체적으로 물과 안개의 땅으로 기억되는데요.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거길 가봤었는데, 우와, 그게 벌써 10년전이구나... 그곳은 겨울에도 춥지가 않았어요 (제 기억에). 우와 근사한 곳에 계시는군요~

    • 행복한 자유인 2010/02/28 08:35 수정삭제

      아, 중국은 비슷한 이름의 호수가 너무 많아서..^^ 저도 항주에 가본 적은 있습니다만, 지금 제가 있는 곳은 호북성(湖北省) 우한(武汉)입니다. 절강성 항주와는 위도는 비슷한 것 같은데 좀 더 내륙쪽(서쪽)으로 들어와 있는 도시입니다.

      근사한 곳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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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의 감초, 증지위를 잘 아시지요? '첨밀밀'에서 미키마우스를 문신했던, 쓸쓸하고 비극적 최후를 맞았던 그 배우 맞습니다. 증지위가 나오지 않는 영화가 없을 정도로 참 많이도 등장하죠. 일설에 의하면 증지위가 연예인들이 자주 가는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던 유덕화를 발굴해 낸 장본이라고도 합니다. 영화에서만 보던 증지위를 춘절(chūn jié;춘 지에-한국의 '설')에 마트에 갔더니 이렇게 활짝 웃으며 사탕을 권하고 있네요. 사실 한국의 연예인들의 상품광고에서 보는 거랑 다를 바가 없는데도 괜히 기분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왼쪽에 노란 글씨로 크게 적혀져 있는 글은 新年糖(xīn nián táng;신 니옌 탕-새해 캔디?)이고 오른쪽 분홍 글씨로 적힌 글은 酥心糖(sū xīn táng;쑤 신 탕-브랜드 이름인 듯 합니다.)이네요.

 

새해엔 달콤한 사탕을 먹으면 더 행복해지려나요?^^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으시고 그리고! 달콤해지세요. :)

 

한 가지 더,

 

중국에서는 새해가 되면 집 안에 전구가 들어있는 복(福)자가 적혀진 빨간 종이 등을 밤새 걸어두기도 하구요. 현관문에는 春联(chūn lián;춘 리옌) 또는 对联(duì lián;뚜이 리옌)이라고 하는 종이를 좌우로 붙이고 가운데는 뒤집어진 복(福)자를 붙여두고 위에는 역시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글을 붙여두는데요. 이건 춘 리롄 혹은 뚜이 리옌은 한국에서 현관이나 문기둥에 '입춘대길', '만사형통'과 같은 글을 써서 붙여두는 것과 같은 겁니다.

 

그리고 위 사진과 같이 집 내부 곳곳에 그 해에 맞는 띠 동물로 된 그림들을 걸어둡니다. 올해는 호랑이 해인 만큼 집 안 곳곳에 호랑이들이 넘쳐나죠. 사진 속 호랑이는 분홍색을 띠고 있는 걸 보니 여자 호랑이네요. 그림은 모두 남/여성 한쌍으로 되어있습니다. 호랑이가 들고 있는 글자는 恭喜发财(gōng xǐ fā cái;꽁 씨 차이-돈 많이 버세요)이라고 적혀있네요.

 

중국에서 춘절에 서로서로 '꽁씨파차이'라고 말하면서 덕담을 건넵니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춘절에 걸어 둔 그림들은 일년 내내 두었다가 새로운 해가 되면 내리고 다른 그림으로 교체해 걸곤 합니다.

 

중국의 춘절은 한국의 설보다 훨씬 더 북적거리는 것 같습니다. 하긴, 1년 동안 잘 모아둔 돈을 춘절에 다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중국의 경제 역시 춘절에 크게 들썩거리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춘절에 쉬는 날이 한국의 두 배 정도 되는 게 가장 부럽습니다.-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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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in a frame | 2010/02/13 02:17 | 행복한 자유인

 

매번 명절이 되면 물건은 넘치고 넘치는 상품 속에 사람들이 넘실댄다.

평생을 써도 다 쓰지 못할 것 같이 쌓인 상품처럼 인간의 욕심은 끝닿는 곳 없고

욕심사이에서 방황하다 지쳐 눈을 감으면 욕심처럼 허망한 것도 없다.

많은 자본의 토악질 속에서 허우적대다 끝내 숨을 거두는 인간의 삶이

당장은 즐겁고 행복하지만 잠시 호흡을 멈춰 먼 발걸음을 두고 바라보면

내 몸에 휘감기고 내 마음에 들어앉은 현대의 삶이 꼭 어울리는 옷만이 아니었음을 알 때도 있다.

  1. 써머즈 2010/02/13 19:17 답글수정삭제

    필요한 것만 잘 사고,

    명절 잘 보내. :)

    • 행복한 자유인 2010/02/13 21:55 수정삭제

      난 살 것도 없고 별로 사지도 않아.^^

      너도 명절 잘 보내라!
      경인년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아라.
      원하는 일들 순조롭게 잘 이뤄지길 기원한다.

      힘껏 살아내자!

  2. shyjune 2010/02/16 01:50 답글수정삭제

    어쩌면 우리 대부분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쓰레기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쓰레기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행복한 자유인 2010/02/17 01:19 수정삭제

      Shyjune님이 남겨주신 글을 보며 "필요"와 "불필요"의 간극을 가늠해 봅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방황하는 "욕망"이란 허울을 들여다 봅니다. 인간의 진화와 물질문명의 발달은 옳은 것이었을까요? 인간이란 존재는 참 오묘하네요.

  3. 그별 2010/02/20 23:16 답글수정삭제

    명절 잘 보내시라는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글을 남깁니다.

    잘지내셨죠? ^^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자유인님... (_ _)
    예전에 자유인이라는 별칭을 사용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알길 없는...

    그 친구 못지 않게 행복한 자유인님의 글들은
    저를 매료시키는 힘을 지니고 계십니다. ^^;

    • 행복한 자유인 2010/02/21 00:19 수정삭제

      저 또한 인사드리지도 못했는 걸요.
      사람냄새가 난다는 덕담 고맙습니다.

      그별님,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으시길...
      그리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염원합니다.

      요즘은 자주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없어
      가끔이지만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겁 없이) 자유인이란 별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째 갈수록 더 자유스럽지 못한 것 같네요.^^;
      '행복한'이란 말은 어떻게 해서라도 지켜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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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품추첨의 규모는?

china;chinese | 2010/02/13 01:55 | 행복한 자유인

 

중국은 면적도 넓고 사람도 많다고 하잖아요?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사진 한 장 소개합니다. 중국에 장춘에 있는 欧亚;Ou Ya-오야 마트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春节;Chun Jie-춘지에(설)를 맞이하여 경품추첨행사를 한다는 플랭카드입니다. 위에서 두 번째 줄에 5000이라고 숫자가 보이시죠? 그 줄에 있는 글의 내용을 보면 추첨을 통해 5000명에게 茅台;Mao Tai-마오타이 술을 증정한다고 하네요. 세 번째 줄은 IMAX 3D영화 티켓 10000장과 생활용품 50만 개를 선물로 준비했다고 하네요. 물론 복권방식 등의 추첨을 통해서 주는 것이겠죠.

 

규모가 엄청나죠? 물건을 산 영수증 대로 기회가 주어진다니 매일매일 가서 쇼핑을 하면 그만큼 확률도 높아져서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상품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상품이 1인당 1개씩이라면 51만 5천 명(515,000)에게 줄 상품을 준비했다는 것이죠. 장춘시 인구는 대략 3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장춘시 인구의 6분의 1에게 줄 상품을 준비했다는 거네요. 놀랍지 않나요?

 

물론 행사를 진행하는 欧亚;Ou Ya-오야 마트의 규모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지만 한국과 규모를 비교해보니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사실 저런 내용을 보면 놀랍기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플랭카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服饰类/钟表珠宝类/化妆品类/床品类/超市类/电器类/儿童商场

    5000瓶茅台酒滚动大抽奖发卷、投卷地点,

    10000张IMAX 3D影票 50万件适用礼品刮大奖活动地点、

    已迁至2F儿童世界旁

 

★ 5000瓶茅台酒滚动大抽奖现场、领奖地点

    已迁至-1F大西洋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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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추천이란 말은 抽奖 [chōu jiǎng]이라고 하며 한글음독은 [초우 지앙]입니다.

중국술 마오타이주는 茅台酒 [máo tái jiǔ]라고 하며 한글음독은 [마오 타이 지우]입니다.

설이란 뜻의 춘절은 春节 [chūn jié]라고 하며 한글음독은 [춘 지에]입니다.

 

춘절에 서로 하는 인사말은 "过年好"입니다. 过年 [guò nián;꾸어 니엔]은 설을 쇠다. 새해를 맞다라는 뜻이고 好 [hǎo;하오]는 좋다는 뜻이니 "새해 잘 보내세요", "명절 잘 보내세요"라는 뜻이 되겠죠. 그러니 설을 맞이해서 이렇게 인사하면 됩니다.

 

"꾸어 니엔 하오;过年好" :)

  1. 써머즈 2010/02/13 19:15 답글수정삭제

    헉; 경품에 당첨되지 않으면 기분 나쁠 규모...지만 중복 당첨자가 꽤 많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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